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잔 지역의 평원과 계곡, 산지에서 자라는 야생 덩굴식물 ‘길리프’가 주목받고 있다. 나무와 바위를 타고 오르며 서식지에 적응해 온 이 식물은 세대를 거쳐 전해진 조리법을 통해 지역 식탁에도 오르고 있다.
학명이 ‘Cissus rotundifolia’인 길리프는 포도과(Vitaceae)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로, 따뜻하고 비교적 습한 기후를 좋아해 산비탈과 계곡 가장자리, 바위 틈에서 자란다. 원통형의 다육질 줄기는 5~10m까지 뻗고 굵기는 약 1.5cm이며, 덩굴손으로 주변 나무에 매달리거나 바위 위를 덮고 땅을 기어 자란다.
지잔대학교 생물학과 식물생태학 교수인 야흐야 빈 술라이만 마스라히 박사는 길리프의 잎이 두껍고 다육질이며 둥근 편에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꽃은 작고 녹황색이며 새 줄기 마디에 송이로 핀다. 그는 다육질 잎 덕분에 물을 많이 저장해 건조기를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꽃이 진 뒤에는 작은 타원형 장과가 열리는데, 처음엔 녹색이다가 익으면 진한 붉은색이 된다.
길리프는 산간·농촌 주민의 음식 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다. 티하마 평원과 산간 지역의 전통 요리 ‘하니드’를 만들 때 가지와 잎을 고기와 함께 몇 시간 두어 독특한 풍미를 낸다. 전통시장에서도 팔리는데, 잎을 삶아 으깬 뒤 참기름에 때로 고추를 넣어 조리하며 레몬 같은 신맛을 내 탄누르 빵이나 라후흐 등 전통 빵과 함께 먹는다.
민간에서는 예부터 은제품을 닦고 광내는 데 쓰거나 전통 치료에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치료 용도는 전승일 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학을 대신할 수 없다.


